도시개발사업 시행자란 무엇인가: 공공·민간·조합 시행자의 법적 지위와 권한·책임 구조
“누가 책임지는지”가 헷갈리는 순간, 시행자라는 말이 갑자기 무거워집니다
도시개발사업을 따라가다 보면 같은 절차를 두고도 ‘시행자’라는 표현이 반복해서 등장하고, 그때마다 책임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누가 계획을 세우고 누가 인가를 받고 누가 비용을 부담하는지, 또 누가 권리를 정리하는지가 한 문장 안에서 섞여 보이기도 합니다. 이 혼란은 시행자를 ‘믿을 만한 주체’로 읽어서 생기기보다, 시행자가 법적으로 어떤 지위를 부여받는지부터 정리되지 않아서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시개발법에서 시행자는 단순한 사업 수행자가 아니라, 특정 절차를 진행할 권한과 그에 따른 책임이 한 묶음으로 귀속되는 기준점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시행자를 이해할 때는 ‘누가 더 낫다’가 아니라, ‘어떤 지위가 어떤 권한·책임의 세트를 갖는가’를 먼저 잡아두는 편이 절차를 읽기 쉽습니다.
도시개발사업은 계획 수립과 인허가, 기반시설 조성, 토지의 재배치, 권리 변환과 정산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연쇄는 ‘누군가가 해 준다’라는 감각으로 처리되기 어렵고, 법은 각 단계에서 누가 행위의 주체가 되는지와 그 결과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를 절차적으로 고정하려고 합니다. 시행자라는 말은 바로 그 고정점에서 등장합니다.
시행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같은 ‘계획’이나 ‘정산’이라는 단어의 법적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계획과 정산을 수행할 권한의 출처와 책임의 귀속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시행자 개념은 도덕적 평가의 언어가 아니라, 권한과 책임의 배치도를 읽는 언어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도시개발법에서 시행자가 갖는 법적 의미
도시개발법에서 시행자는 도시개발사업을 ‘할 수 있다’는 일반적 자격을 뜻하기보다, 도시개발구역과 개발계획을 전제로 이어지는 절차를 실제로 수행할 주체로서의 지위를 말합니다. 이 지위는 행정절차의 흐름 속에서 누구의 신청과 누구의 인가로 절차가 진행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적 효과가 누구에게 연결되는지의 기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실시계획의 수립과 인가, 기반시설 조성, 조성토지의 처분이나 환지의 집행 같은 단계는 ‘그럴듯한 실행력’이 아니라 ‘법적으로 정해진 수행 주체’가 필요합니다. 시행자는 이 수행 주체로서, 절차를 진행할 권한을 부여받는 동시에, 그 권한 행사에 따른 의무와 부담을 함께 떠안는 구조에 놓입니다. 즉 시행자 지위는 권한의 부여와 책임의 귀속을 동시에 발생시키는 법적 장치입니다.
시행자 지위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도시개발이 강한 공적 효과와 맞닿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용, 환지, 인허가 의제처럼 일반적인 인허가 절차와 다른 성격의 제도들이 연결되는 경우, 그 효과는 ‘누가 하느냐’에 따라 임의로 결정될 수 없고, 법이 정한 지위에 따라 제한적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시행자는 이러한 효과가 작동할 때의 중심축이 됩니다. 따라서 시행자를 ‘사업을 맡는 사람’으로만 이해하면, 왜 법이 시행자 유형을 구분하고 그에 따라 권한과 책임의 범위를 달리 설계하는지 설명이 어려워집니다. 시행자는 도시개발을 사업 기술이 아니라 절차 체계로 다루기 위한 핵심 연결부로 위치합니다.
공공·민간·조합 시행자는 ‘성격’이 아니라 ‘지위의 구성’이 다릅니다
시행자의 구분은 흔히 공공과 민간, 조합으로 나뉘어 언급되지만, 이 구분은 가치 판단을 위한 분류가 아니라 법적 지위의 구성 요소가 다른 분류로 이해하는 편이 안정적입니다.
공공 시행자는 공적 기관이 시행자 지위를 갖는 형태로, 행정 기능과 사업 수행 기능이 한 제도 안에서 어떻게 접속되는지가 중요한 특징으로 나타납니다.
민간 시행자는 민간 주체가 법이 정한 요건 아래 시행자 지위를 부여받아 절차를 수행하는 형태로, 공적 통제 아래에서 수행 주체가 어떻게 구성되는지가 핵심입니다.
조합 시행자는 이해관계자들이 결합한 조직이 시행자 지위를 갖는 형태로, 구성원들의 권리 관계와 의사결정 구조가 절차 수행과 어떻게 맞물리는지가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여기서의 차이는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법이 권한과 책임을 배분할 때 어떤 조직 형태를 전제로 하는가의 차이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이 지위의 구성 차이는 절차에서 드러나는 ‘결정의 방식’과 ‘책임의 귀속 방식’에 영향을 줍니다. 공공 시행자든 민간 시행자든 조합 시행자든, 법은 계획과 인가, 고시 같은 단계적 확정 구조를 통해 절차를 통제하지만, 시행자 지위에 따라 내부 의사결정의 구조와 집행 책임이 배치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조합 시행자에서는 내부 구성원의 의사결정 구조가 절차 진행의 중요한 전제가 되기 쉽고, 민간 시행자에서는 법이 요구하는 요건과 인가 체계가 지위의 핵심 통제 장치로 작동하기 쉽습니다.
공공 시행자에서는 공적 기능과 집행 기능의 결합이 절차에서 어떤 형태로 표현되는지가 쟁점이 되기 쉽습니다.
즉 같은 도시개발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누가’가 아니라 ‘어떤 지위의 묶음’이 그 절차의 책임 구조를 달리 보이게 합니다.
시행자 구분이 왜 필요한가: 권한과 책임을 ‘지위’로 잠그기 위해서
도시개발은 이해관계가 넓고 단계가 길며, 권리 변환과 비용 귀속이 뒤로 갈수록 민감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때 권한과 책임이 단순 계약이나 관행으로 정리되면,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해석이 흔들릴 여지가 생깁니다. 그래서 법은 시행자라는 지위를 중심으로, 누가 어떤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이 어디로 귀속되는지를 제도 안에 잠그려 합니다.
공공·민간·조합 시행자 구분은 그 잠금장치의 형태를 주체의 조직 구조에 맞게 다르게 설계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국 시행자 구분은 신뢰의 문제를 법이 대신 판단하는 장치가 아니라, 권한과 책임의 귀속을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적 장치입니다.
권한과 책임은 ‘신뢰’가 아니라 ‘지위’에 따라 배분됩니다
도시개발사업을 둘러싼 논의에서 “누가 하면 안전한가” 같은 질문이 등장하기 쉽지만, 제도를 이해하는 관점에서는 그 질문이 직접적인 기준이 되기 어렵습니다. 도시개발법은 특정 주체의 성향을 평가하기보다, 시행자 지위가 부여되는 조건과 그 지위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 그리고 그 권한 행사에 따르는 책임을 규칙으로 정리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즉 권한은 주체의 평판에서 나오지 않고, 법이 정한 지위에서 나옵니다. 책임도 마찬가지로, 누가 책임질 것인지의 ‘의지’가 아니라, 절차를 수행하는 지위에 따라 귀속되도록 설계됩니다. 이 관점이 고정되면, 시행자 논의는 사람이나 조직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절차의 배치도를 읽는 작업으로 이동합니다.
이 구조는 비용과 부담을 다루는 논의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드러납니다. 비용 자체를 계산하거나 유불리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법이 어떤 비용을 어떤 절차 단계에서 누구에게 귀속시키는지, 그리고 그 귀속이 시행자 지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도시개발에서 기반시설 조성과 공공시설 확보는 계획의 구성요소로 들어오고, 그 구성요소가 확정되는 과정에서 비용의 범위가 형성됩니다. 이후 비용의 집행과 정산은 실시계획과 집행 단계에서 구체화되지만, 그 비용이 ‘어떤 근거로 발생했는지’는 상위 계획과 시행자 지위의 연결에서 설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비용은 신뢰의 문제가 아니라, 지위와 계획의 구조가 만들어내는 귀속의 문제로 읽히는 편이 제도 이해에 맞습니다.
시행자 구분이 수용·환지·비용 같은 이후 절차에 미치는 영향
시행자 구분이 이후 절차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때, 그것은 “누가 하면 더 잘된다”의 의미가 아니라, 제도적 장치가 어떤 주체 구조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는가의 의미에 가깝습니다. 수용은 강한 공권력 작용과 연결될 수 있어, 그 전제와 요건이 절차적으로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합니다. 이때 시행자는 수용이 연결되는 절차에서 행위 주체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 행위가 어떤 계획과 인가의 기준 위에서 정당화되는지의 중심축이 됩니다.
시행자 지위가 다르면, 행정과의 접속 방식이나 집행 책임의 내부 구조가 달라질 수 있고, 그 결과 수용과 관련된 절차 문서와 판단의 구성도 달라 보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수용이 ‘가능해 보이는 이유’가 아니라, 수용 같은 효과가 작동할 때 절차가 어떤 지위 구조 위에서 통제되는가입니다.
환지도 마찬가지로, 방식의 선택이 아니라 권리 변환의 집행 구조와 연결됩니다. 환지는 조성토지와 토지 이용 재배치라는 공간 구조를 전제로 권리를 재매칭하는 장치로 나타나며, 그 집행은 시행자의 절차 수행과 결합되어 움직입니다.
시행자 지위가 어떤 형태이든, 환지가 작동하려면 계획과 인가로 기준점이 쌓이고, 그 기준점 위에서 권리 변환의 집행이 가능해져야 합니다. 시행자 구분은 이 집행을 누가 어떤 책임으로 수행하는지의 구조를 달리 보이게 하며, 환지가 ‘권리 변환’이라는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비용 역시 시행자의 지위와 계획의 구성요소가 맞물리며, 누가 어떤 범위의 비용을 집행하고 정산하는지의 책임 구조로 나타납니다. 결국 시행자 구분은 후속 절차의 내용보다, 그 절차가 작동하는 책임의 프레임을 형성합니다.
이후 절차가 흔들리지 않게 하는 시행자 이해의 기준
시행자는 공공과 민간, 조합이라는 표면적 분류보다, 법이 부여하는 지위의 구성과 그 지위가 묶어두는 권한·책임의 세트로 이해하는 편이 혼란을 줄입니다. 도시개발법에서 권한은 신뢰나 평판이 아니라 지위에서 나오고, 책임과 비용 귀속도 그 지위를 중심으로 절차 속에 고정됩니다.
공공·민간·조합 시행자 구분은 우열이나 선악을 가르는 장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조직 구조에 맞춰 권한 행사와 책임 귀속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구조적 구분으로 읽히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시행자 구분은 수용·환지·비용 같은 후속 주제가 등장할 때마다 “누가 책임의 중심축인가”를 결정하는 틀로 작동하므로, 시행자를 ‘믿을 주체’가 아니라 ‘법적 책임 구조의 기준점’으로 잡아두어야 합니다. 이 기준이 고정되어야 이후 절차에서 동일한 용어가 반복될 때도 의미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참고 자료 및 출처: 도시개발법(법률)(제21065호, 2026.1.2 시행·개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