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부동산 대책, 대출 막았는데도 서울 집값이 안 잡히는 이유
6.27 부동산 대책, 대출 막았는데 왜 집값은 안 잡히나
6.27 대책의 핵심: 대출 규제 강화
2025년 6월 27일 발표된 부동산 대책은 흔히 ‘초고강도 대출 규제’로 불립니다. 여기서 말하는 수도권은 단순히 경기도 전역이 아니라, 이미 정부가 정한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등을 포함한 규제지역을 지칭합니다.
이 규제지역에는 강남3구와 용산뿐 아니라 마포·성동(이른바 마용성) 등도 포함되어 있으며, 국토교통부 고시로 정해진 범위에 따라 달라집니다. 따라서 ‘수도권과 규제지역’이라는 표현은 서울 전역과 일부 경기도·인천 지역의 특정 구·군을 의미하는 셈입니다.
당시 규제지역에는 서울 전 자치구와 더불어 경기도 과천, 성남 분당·수정, 하남, 광명, 구리, 수원 팔달, 용인 수지·기흥, 고양 일산동·일산서, 인천 일부(연수·남동·서구) 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즉 수도권 전체가 아니라, 정부가 투기 과열 위험이 높다고 판단한 지역을 선별해 규제지역으로 묶은 것입니다.
여기서 규제지역은 성격에 따라 몇 단계로 나뉩니다.
조정대상지역은 집값 상승률이 높거나 과열 우려가 있는 곳을 지정해 대출·세제·청약 요건을 강화한 단계이고,
투기과열지구는 이보다 더 강력하게 분양권 전매 제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등 강한 규제를 적용하는 지역입니다.
마지막으로 투기지역은 국세청이 투기 수요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지정하는 구역으로, 양도세 중과 등 세제 중심의 강력한 제재가 동반됩니다.
요약하면, 조정대상지역 → 투기과열지구 → 투기지역 순으로 규제 강도가 높아지며, 서울과 수도권의 다수 지역이 이 범주에 포함되었습니다.
또한 2주택 이상 보유자는 신규 주택을 매입할 경우 아예 주담대를 받을 수 없게 되었는데, 과거에는 서울 같은 투기과열지구에서만 적용되던 제한이 이번 대책을 통해 경기도 일부 규제지역까지 확장되었습니다. 1주택자는 기존 주택을 6개월 안에 처분해야만 새로운 대출이 가능해졌습니다.
갭투자 목적의 대출도 전면 차단되었는데, 이는 은행이 ‘임대 목적 대출’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임대사업자 등록, 전세 계약서, 자금조달계획서 등 제출 서류를 통해 사실상 판별합니다.
생활자금 목적으로 받을 수 있는 주담대 한도도 최대 1억 원으로 크게 줄었는데, 이 역시 용처 확인과 증빙을 요구해 누가 진정한 실수요자인지 확인하려는 장치가 포함된 것입니다. 한마디로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 거래만 허용하겠다는 메시지였습니다.
단기 효과: 거래량 급감
정책 발표 직후 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거래량이 눈에 띄게 줄었고, ‘거래 절벽’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대출을 활용해 주택을 사려던 수요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계약 건수가 급감한 것입니다. 정책이 의도한 대로 과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는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왜 집값은 여전히 오를까?
거래량이 줄었는데도 집값이 잡히지 않는 이유는 정책과 시장 심리의 간극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1. 공급 기대 부족
9월에 발표된 9.7 대책이 ‘135만 호 공급’이라는 큰 그림을 내놓았지만, 대부분 장기 착공 위주라 단기 공급 불안을 해소하지 못했습니다. 시장은 “앞으로 당장 입주할 집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유지했고, 그만큼 가격 하방 압력이 제한적이었습니다.
2. 풍선효과
대출 규제가 강하게 걸리면 자금 여력이 충분한 일부 실수요자는 규제를 회피하며 선호 지역에 집중합니다. 예컨대 한강변 역세권이나 학군 지역 같은 곳은 오히려 신고가 거래가 이어졌습니다. 규제가 전체 수요를 줄이기는 했지만, 남아 있는 수요가 특정 지역으로 몰리면서 가격은 오히려 튀어오른 것입니다.
3. 금리와 유동성 기대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확산되면서 국내 금리도 곧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형성되었습니다. 대출 규제로 거래는 줄었지만, ‘곧 자금 여력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집값 상승 심리를 지탱한 셈입니다.
4. 자산 심리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아파트는 가장 확실한 자산 증식 수단으로 여겨집니다. 주식 등 다른 투자처가 불안할 때 “결국 마지막엔 집”이라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면서, 규제에도 불구하고 실수요와 투자 대기 수요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교훈: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6.27 대책은 분명 강력한 수요 억제책이었고, 거래량을 줄이는 데에는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주택 가격의 안정이라는 궁극적 목표에는 미흡했습니다.
공급 불확실성, 금리·환율 등 거시 변수, 그리고 아파트 중심의 자산 선호 심리가 겹치면서 집값을 꺾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대출 규제와 같은 수요 억제책과 함께, 단기·중기 공급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대출 규제가 풀려도 단기간 입주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면 가격은 다시 오르기 쉽습니다. 반대로 공급이 늘어나도 금리·환율 등 거시 변수로 유동성이 넘치면 또 다른 방식의 상승 압력이 나타납니다.
실제로 6.27 대책 이후 강남권에서는 거래량이 급감했지만, 한강벨트와 일부 수도권 신도시에서는 여전히 신고가가 속출했습니다. 이는 ‘정책이 수요를 막더라도 심리와 공급 구조가 받쳐주지 않으면 가격은 다시 오른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결국 6.27 대책은 우리에게 한 가지 교훈을 남깁니다. 주택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공급·심리·거시 변수 네 가지 축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